한국인들은 유독 뭐든지 한 단어로 퉁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.
그러니까 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갖다 붙일 수 있는, 일종의 ‘만능단어’를 좋아한다는 것이다.
예전 네덕들이 무슨 말을 하든 ㅇㅅㅇ만 쳐대다가 결국 ㅇㅅㅇ 자체가 사회성 없는 찐따 새끼들의 상징이 되어버렸던 것도 그렇고, 이후에도 온갖 “🤔”, “엄” 등이 그 자리를 거쳐갔다
뭐 일상대화야 그냥 찐따들이 사람과 대화해 본 적 없어서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런다 치더라도 이런 버릇은 키보드 싸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.
상대방의 말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‘찐따 특’, ‘님말맞’, ‘긁?’, ‘지능이 낮은 사람 특징 ↑’ 따위를 외쳐대는데
상대방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, 그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. 어쨌든 상대를 병신으로 만들 수 있는 단어 하나만 갖다 붙이면 굳이 머리를 굴려서 반박할 필요가 없으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.
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.
이런 만능단어가 하나 등장하면 5천만 인구가 너도나도 달려들어 때와 상황을 안 가리고 써먹기 시작한다는 것이다.
덕분에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말싸움은 누가 더 논리적으로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만능단어를 외치느냐로 승부가 갈리는 할리갈리 게임이 되어버린다.
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단어도 별의별 상황에 남용되면서 빠르게 뇌절 취급을 받고, 결국 그 단어를 쓰는 놈들이 오히려 병신 취급을 받게 된다.
재미있는 건 그렇다고 사람들이 만능단어를 포기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.
그저 기존의 만능단어가 수명을 다했으니 새로운 만능단어를 찾아 나설 뿐이다.
어차피 이들에게 중요한 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안 하고도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니 말이다. 1
사회성을 기르려는 노력 대신에 어떤 메시지에도 반응할 수 있는 만능단어를 찾고,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대신에 상대를 찍어 누르는 만능단어 찾기.
한국인과 얘기하는 건 마치 벽과 얘기하는 것과 같다, 뭔 말을 해도 그냥 지들이 생각하는 만능단어만 내뱉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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물론 대다수 키보드 배틀이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거라서 빨리 손 털고 나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, 한국인들 하는 꼬락서니 보면 기저 심리로는 ‘나는 불의를 보면 못 참아! 나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야!’ 면서 처음에 미친 개마냥 들이대다가 자기 논리가 막힐 때만 ‘나는 이런 인생에 하등 쓸모없는 키배 따위에 인생을 낭비하지 않아~’로 우디르급 태세전환하는 거 같은 거 같아보여서,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뭔가 틀린 거 같다 ↩